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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투자기록

처절한 재테크 기록 #1 - 화창한 봄날 (2007.03~2007.10)


 
지금까지 약 4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동안 참으로 파란만장한 재테크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펀드 열풍, 미국발 경제 위기 - 서브프라임 그리고 세계 경제 회복의 시간. 그리고 나의 처절한 재테크.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 위해 그 기록들을 정리해볼까 한다.



  2007년 2월 사회 초년생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의 재테크 기록은 시작된다.
당초 '펀드'라는 것에 대하여 주워들은 것도 있었고 재테크에 대해서 공부해볼 생각도 있었지만
은행 갈 여유도 없고 연수 교육 일정도 있고 해서 나의 첫월급은 부모님께 맡겼다.
적금 50만원, 100만원은 펀드 2개에 알아서 넣어달라고 말씀 드렸고, 나에게는 국내 펀드 1개와 부동산 리츠 펀드 1개 이렇게 2개의 펀드가 생겼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펀드는 당시 세계 경제의 화기애애한 커플링 분위기 덕분에 수익이 쑥쑥 불어났다.
그리고 돈이 불어나는 것을 보면서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커져서 책도 사서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도 하고 '모네타'라는 재테크 관련 사이트에서 정보도 많이 얻다보니 자신감이 넘쳐서 내가 정말 투자를 잘해서 수익이 좋은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결국 몇개월 만에 은행 적금 금리에 만족할 수 없었던 나머지 적금도 해지해서 펀드에 넣어 버렸다. 그렇게 투자 자금이 커지니 수익금의 규모도 커지고 하루 하루가 즐거운 나날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2007년 7월쯤 CMA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증권사를 찾았는데, 겨우 계좌 하나 개설하는 데 2시간 넘게 걸렸다. 지점 안에는 대기번호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정말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이 창구 직원한테 펀드 가입 상담을 하느라 자리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그 날 '모네타' 펀드 게시판에는 온통 증권사에 사람이 많아서 몇 시간씩 걸렸다는 글이 몇 페이지를 도배할 정도였다.

  그 때 모든 것을 정리하고 현금을 만들었어야 했다.
  객장에서 아이우는 소리가 나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말, 해외에 구두닦이가 주식을 사면 모두 팔아 치울 때라는 말. 지금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말이다.

  하지만 나도 뉴스, 신문에서 온통 펀드와 수익이야기로 도배되는 분위기에 휩싸인 초보 펀드 투자자였던 것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웃긴 것이 그 당시 모든 펀드들 중에 최고의 수익률을 보인 중국 펀드들, 그 중에서도 홍콩 H지수의 비중이 높았던 미래에셋 차이나 솔로몬 펀드, 봉쥬르 차이나 펀드 2개의 명성은 너무 대단해서 광풍 수준이었다. 모네타 펀드 게시판에서 미차솔, 봉차를 모르면 하수 소리 듣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2007년 9, 10월에 접어 들어서는 정말 대한민국이 펀드에 미쳐있었다. 회사, 집 어딜 가더라도 펀드 이야기만 할 정도였으니.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래에셋 차이나 솔로몬 펀드미래에셋 디스커버리 펀드 시리즈의 수익률을 바탕으로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은 미래에셋 자산운용사가 삼성 자산운용사를 제치고 업계 1위가 된 것도 모자라 엄청난 승부수를 띄운다.
  그것은 돈이 되는 곳에 마음대로 투자해서 최고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인사이트 펀드', 모든 펀드 투자자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미래에셋은 펀드 가입 조건을 1000만원 자금 이상으로 공개했다. 그리고 온라인은 온통 인사이트 펀드로 시끌벅적했다.

  나도 그 당시 미쳤는지 머릿 속에는 1000만원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생각 밖에 없었다. 이미 현재의 수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막차를 타기 위한 1000만원 티켓을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결국 수익이 나던 펀드까지 정리하고 청약부금도 해약하고 그렇게 자금을 만들어, 펀드 출시와 동시에 1000만원을 고스란이 맡겼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세계 경제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다음 이야기는 처절한 재테크 기록 #2 - 봄날은 가고 (2007.11~2008.11) 에서 계속...

  돌이켜 보면 이 때 재테크의 묘미를 느낀 것이 처절한 재테크의 시발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수익이 점점 늘어나는 재미에 처음에는 매월 150만원씩 적립하던 투자자금도 180~200만원까지 늘려나갔다. 그리고 사람이 점점 무서운 것이, 적립하는 것에 맛들이다 보니 갈수록 처절하고 독하게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자신을 위해 쓸 수도 있었을텐데, 이 기간 동안 내가 내 자신을 위해서 쓴 돈은 조그마한 빈폴 가방 1개 구입 한 것이 전부였다.

  정말 처절한 재테크가 아니었나싶다...



 현재 내 인사이트 펀드 현황은 아래와 같다.
그나마 많이 회복된 것인데도 원금의 꿈은 멀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