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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복리처럼/끄적끄적

비내리는 날

                                               



나는 비가 좋다.
비가 내리면 가슴 속 근심, 불안, 초조 모든 것들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무언가 차분해지고 정적이 감돌며 조용한 분위기가 좋다.

어렸을 때는 비가 좋아 일부러 우산을 안 쓰고 비를 맞기도 하였다.

비내리는 것이 좋다는 말에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신다.
그건 네가 뱃속에 있을 때 맏며느리로 힘들었던 시절,
비가 내리면 대가족의 일거리가 줄어서 너무 좋아했었다고.

정말 태교로 내가 비를 좋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비가 좋다.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비를 맞는 건 싫다.
옷이 젖으면 빨래감이 느는 것이고
몸이 젖으면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 되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보다.

그래서 이제는 그냥 건물 안에서, 차 안에서
비내리는 걸 보기 좋아한다.
유리창에 노크를 하듯 비가 인사를 하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제 날씨가 쌀쌀한 가을을 지나 겨울을 향하고 있지만,
내 맘 속은 따뜻한 봄비를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