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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복리처럼/끄적끄적

휴일에 출근해서 한 손에는 핫팩을 들고

오늘따라 날씨가 너무 춥다.

딱 어제만 같았어도 휴일의 출근길이 한결 가벼웠을텐데,
날씨도 춥고 마음도 무겁고 아침에 이불 속에서 나오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상상도 하기 싫어진다.

날씨가 추울 때 해야 하는 테스트라 이렇게 휴일에도 출근을 하긴 하였지만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테스트 한 번,
퇴근할 즈음에 테스트 한 번 더 마치면 오늘 업무는 끝난다.
그 사이에 데이터를 정리하다가 인터넷 서핑도 하다가 이렇게 블로그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손에는 며칠 전 동료들끼리 겨울을 나기 위하여 공동구매했던 핫팩 하나를 손에 쥐고서.

정적이 흐르는 넓은 사무실에 혼자 앉아서 이러고 있으니 나름 조용하니 괜찮긴 하다.
혼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으니.

요즘 들어서 우리네 아버지들이 너무 존경스럽다.
이제 직장 생활 시작한지 4년이 다되어가는 동안 회사를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손가락으로 꼽을 수도 없다. 특히 요즘에는 매일하는 것 같다.

아! 진짜 때려치고 싶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그 때 뿐이지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다.
일 그만두면 돈이 나올 데가 없으니.

나야 아직 홀몸이니 진짜 미친 척하고 그만둘 수도 있긴 하다. 
몇 개월간 쉬면서 나름 충전할 시간을 가지면서 취업 준비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네 아버지들께서는 아니꼽고 드러워도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 때문에 그럴 수도 없으셨을 것이다. 이제야 그 분들이 지나가신 길을 걷게 되면서 그 분들의 삶을 헤아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 싸이질을 열심히 할 당시 배경음악 중에 하나가 싸이의 '아버지' 였던 적이 있다.
때만 해도 우리네 아버지들의 삶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자만이었다고 해야하나.
어떠한 상황이라도 참고 또 참고 또 참아야 한다.
가슴에 참을 忍자를 몇 번 새겨야 하는 것일까.
이제야 철부지 아들도 철이 드는가 보다.

머리 속으로는 한참 심각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슬슬 점심 먹을 때가 되었는가 배꼽시계가 울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