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은 복리처럼/끄적끄적

이마트 피자가 던져준 화두



  오랜 만에 부모님과 백화점에 갔습니다.

  정장 바지와 구두를 살 일이 있어서 부모님을 따라 나선 것인데, 쇼핑은 역시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요즘 회사일이 바빠서 평일 내내 업무에 치여서 살고, 내일은 일요일인데도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잠시 백화점을 둘러보는 동안에는 덕분에 모두 잊을 수 있었습니다.


  간단히 살 거 다 사고 이마트로 내려갔습니다. 항상 쇼핑의 마무리는 이마트와 함께하는 부모님.
항상 같이 다니다보니 카트는 언제나 제 차지입니다.

  저와 어머니는 열심히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고, 그 사이 아버지께서는 쇼핑백들 자동차에 두고 오신다고 나가셨습니다. 뒤늦게 이마트로 들어오신 아버지와 함께 간단히 장을 마치고 서둘러 주차장을 벗어났습니다.
특히 이번주는 세일의 마지막 주말이기에 주차장은 물론이고 백화점 주위로 온통 자동차로 띠를 두룬 상태라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일치해서 일까요.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화제는 아버지께서 꺼내신 이마트 피자였습니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마트 피자.

  잠시 자동차에 다녀오셨던 아버지께서 오시는 길에 이마트 피자 판매 매장을 발견하셨답니다.
그래서 한 두어 판 사서 집에 가져가 먹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셔서 매장 직원한테 물어보셨다더군요. 피자 바로 살 수 있냐고.

  하지만 직원 대답이 지금 피자를 주문하시면 저녁 7시에나 받아가실 수 있으시다고 하더랍니다.
그 때 시각이 오후 2시였는데. 그리고 전화 주문 같은 건 안 받고 오로지 매장을 직접 찾아주시는 분들의 예약만 받는다는 보충 설명과 함께.

  그 이야기를 아버지로부터 전해들으면서 우리 가족은 그러한 인기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는.

  그리고 저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손 안대고 코를 푼다는 것이구나.
내가 경영자라도 이렇게 좋은 아이템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각 지점으로 물류 운송은 있게 마련이고, 거기에 수저 하나 꽂아서 이마트 피자 관련 물류까지 운송하면 재료 준비는 끝. 배달 걱정도 없고 매장에서 열심히 피자만 구워서 판매할 직원만 몇 명 채용해서 장사를 시작하면 그야말로 특별한 자본이나 투자 없이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완성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이마트 피자는 그저 정용진 말대로 절차상 아무런 하자도 없고 법률적 저촉되는 점도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이 씁쓸함은 왜 일까요.
정말 이마트 매장이 있는 주변으로는 개인이 운영하는 피자점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피자 매장까지 타격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직영점이 아닌 이상 그 매장들이 우리들 서민들이 운영하는 것일텐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경쟁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요즘들어 많이 드는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세상.
법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과연 商道, 즉 인간의 도리로 따져서 봤을 때는 과연 옳은 일인가.
위법이 아니니까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모든 사람들이 살아간다면 과연 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 것인가.

  오늘은 이마트 피자가 갑자기 심각한 화두를 던져준 토요일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