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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책

전국시대 혼란을 평정한 인물 - 오다 노부나가

오다노부나가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역사소설
지은이 야마오카 소하치 (솔,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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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일본 KOEI사가 만든 '삼국지'의 새 시리즈가 나오는대로, 밤을 새워가며 플레이를 한 기억이 있다. 온라인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리얼타임 시뮬레이션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전의 온라인이 생소하던 시절에는 삼국지가 최고의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삼국지 이외에 마니아 층에서 이름 꽤나 알려진 게임이 있었으니 그것은 신장의 야망 (信長の野望) 이라는 게임이었다. 어릴 적에는 일본이라는 국가를 기피하느라 별로 신경을 안 썼던 타이틀이었지만, 일본의 문화와 역사를 차츰 알아가면서 신장이란 오다 노부나가 (직전신장, 織田信長)에서 따온 것임을 알게 되었다.

  게임의 타이틀로 등장할 만큼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인들에게 존경받는 인물 중의 한 명이다. 혼란스러운 일본의 전국시대를 통일하는 데 그 기틀을 다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다 노부나가는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부하의 배신으로 죽임을 당하기 전까지 일본의 중원을 차지하고 차츰 서쪽으로 세력을 넓히던 인물이었다.



  노부나가가 다이묘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영지는 아래 그림의 '오와리'라는 지역이었다. 주위의 강력한 세력들 틈에서 풍전등화의 위기를 넘나들며 세력을 넓히면서 그의 통솔력이나 정치력 등 그의 능력은 크게 빛을 발한다.

일본 전국시대 지도


  일본이라면 먼저 거부감이 들던 때에, 오다 노부나가라는 사람이 일본에서 천재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으면서 어떤 사람일까 그 궁금증에 못 이겨 7권짜리 전집을 사서 읽기 시작하였다. 책장을 넘기면서 마음 놓고 좋아하기에는 걸림돌이 많은 일본의 위인이지만 그 능력에는 나도 모르게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노부나가의 능력을 평가한다면 3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능력을 중시한다.

 일본의 전국시대는 각 영지의 다이묘와 그에 예속된 무사들의 삶이 마치 중세시대 유럽의 영주와 기사와 같은 관계로 봉건적인 시대였다. 각자 태어난 신분으로 그 신분에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부나가는 철저하게 능력있는 부하들로 세력을 이끌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임진왜란의 주범, 토요토미 히데요시 (
豊臣秀吉)는 능력을 인정받기 이전에 노부나가의 말 시중을 들던 인물이었으나 간단한 심부름과 몇 번의 시험을 영리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노부나가로부터 그 능력을 인정받아 후에 다이묘의 자리까지 신분 상승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노부나가는 자신을 괴롭히던 적이라도 능력을 인정하면 자신의 수하로 거두기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둘째,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천재적 인물로 평가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거대해진 로마를 공화정치로 꾸려나가기에는 한계에 도달하였음을 인식하고, 제정으로 가는 길을 이끌었다고.
 
  자신의 영지를 보존하거나 더 넓히는 것 밖에는 관심이 없는 다른 다이묘들과는 다르게 전국시대의 통일을 보고 있었다. 점차 세력을 넓히면서 중원에서 세력을 과시하는 시기부터는 천하포무 (天下布武) 라고 새긴 도장을 쓰면서 의욕을 대외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혹시 전국시대의 혼란이 계속 이어졌다면 임진왜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셋째, 발상의 전환

 당시 서양 문물의 도입으로 철포(조총)도 일부 들어왔지만 이것은 세력과 세력의 전투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전국시대에서는 무사들이 병사들을 이끌고 기병, 보병이 한데 어울려 서로 맞부딪히는 형상으로 전투를 하였는데, 이러한 전쟁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집어 버린 인물이 노부나가이다.

  노부나가는 철포의 개량과 대량 생산을 독려하면서 철포를 확보하여, 일개 사병인 이시가루들에게 보급하면서 철포 부대를 훈련시켰다. 점차 세력이 확장되면서 최강의 기마 부대를 자랑하는 다케다家와의 전투를 피할 수 없었고, 유명한 나가시노 전투에서 철포 부대는 그 위력을 보여준다.
  이전의 전투 방식만으로 돌파력을 믿고 달려드는 다케다 가쓰요리의 기마 부대에 맞서 노부나가의 철포 부대는 앞에 울타리를 쳐서 장애물을 만들고 그 뒤에서 열을 바꿔가며 열심히 철포를 장전하고 발사하면서 대응을 하였다. 결국 오다 노부나가는 별 피해없이 적을 전멸시키는 전과를 올린다.

  지나가는 이야기지만 무대포
철포(無鐵砲, 무뎃뽀)의 일본말이다. 철포란 총을 말하니 철포란 '총이없다'는, 다시 말해 총없이 활이나 칼만으로 덤비는 무모함을 빗대는 표현이다.

 
  비록 그의 독단적이고 괴팍스런 성격으로 말미암아 수하 다이묘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게 되었고 결국 배신을 당하여 죽음으로써 일찍 생을 마감하지만, 일본 역사의 한 획을 그었음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오다 노부나가의 죽음 후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 세력을 이어 받으면서 결국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키게 된다.

  일본의 역사는 그 파장이 결국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읽으면서도 씁쓸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마도 현재를 살아가는 나를 포함한 우리가 해야할 일은 후손들이 이 시대의 역사를 읽을 때 나와 똑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과연 나 자신은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