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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책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 심리 치유 에세이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김혜남
출판 : 갤리온 200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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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글쓴이 김혜남님의 또 다른 책이다.
워낙 위의 책을 재미있게 읽고 느낀 게 많아서 또 다른 저서가 없을까 찾아보다가 왠지 제목부터 끌리는 내용이기에 읽기 시작했다. 왜냐면 사랑이라는 것은 내게 너무나도 난해한 문제이고 항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 또한 사랑에 상처를 갖고 있거나 그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격려해주기 위한 내용으로 쓰여졌다. 잠깐 글쓴이의 서문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하지만 상처를 두려워하면 사랑을 할 수가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에 상처 없는 무균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상처 없는 친밀한 관계 또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랑은 원래 상처투성이인 인간끼리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있어 주는 과정을 통해 각자가 가진 상처를 치유하고 그 안에서 성숙해지는 것이다.


책은 총 4장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1장은 사랑을 시험하는 것들. 운명, 사랑, 섹스, 21세기, 결혼 등 사랑을 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하나씩 이야기가 쓰여져있다.


  운명 같은 사랑에 목숨 걸지 말라, 이것이 작가가 하고픈 이야기 중의 첫번째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운명 같은 만남과 사랑을 하는 모습이 으레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어떻게 보면 독자에게 긴장감이라든가 임팩트를 주기 위한 극적 포인트였을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운명적인 사랑을 접해온 나로서는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았다.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첫 만남에서 내 스스로 빠지지 않으면, 이후로 만날 생각도 약속도 해본 적 없다.
물론 지금은 나이가 들면서 그러한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느끼긴 했지만 아직 떨쳐 버리지는 못한 것 같다.


  두번째는 사랑을 하면서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들을 다루면서 사랑이 사랑을 시험하게 만든다는 표현이 쓰여졌다. 사랑을 하면서도 느끼는 슬픔, 외로움, 미움 등의 감정들로 인하여 오히려 괴로워지고 힘들어지는 부분을 글쓴이는 심리학적으로 풀어썼고 이러한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마무리를 지었다.

  연인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고 이 시험에서 무사히 살아남는 법, 그래서 사랑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는 법, 그것은 딱 한가지뿐이다. 슬픔과 미움, 외로움을 기꺼이 맞이하는 것이다. 슬플 땐 슬퍼하고, 미울 땐 미워하고, 외로울 땐 외로워하면서 말이다.

  

  세번째, 섹스에 대해서 글쓴이는 사랑과 함께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인 사랑의 조화가 가장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21세기가 처음에는 무슨 말일까? 궁금해했었던 기억이 난다. 네번재, 21세기는 현대인들의 나르시시스트의 사랑 방정식이라는 소주제로 쓰여져 있는데, 빠른 감정의 처리 책임의 전가 등 현대인이 갖고 있는 심리적 문제를 다루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르키소스의 후예들은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진다. 병적인 자기 과대가 발달한 그들에게 가장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헤어질 때 슬픔을 느끼기보다는 아예 자신의 감정을 거두어 버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쉽게 돌아서선 곧 다른 대상을 찾아 나선다. 감각적이고 순간적인 사랑을 즐기다 쉽게 좌절하고 분노하고, 그 책임을 얼른 상대에게 전가하며 쉽게 헤어지는 것. 이것이 나르시시스트들의 사랑 방정식인 것이다.

  갑자기 '멈추지 말아요, 완두콩씨'에서 읽은 소통에 관한 내용이 떠오른다. 스위치를 올렸다고 무조건 신호가 전해지는 건 아니다. 상대방이 나의 신호를 볼 시간을 줘야하고, 이해하고 생각할 시간을 줘야한다....하지만 감정에 관련된 문제라서 그런 것인지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나 또한 이런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2010/10/11 - [취미생활/책] - 멈추지 말아요, 완두콩씨


  사랑을 시험할 수 있는 다섯번째 결혼.
사랑이 식는다는 건 결코 슬픔이 아니다. 글쓴이는 사랑을 다음과 같이 단계를 나눠서 설명을 한다.
'사랑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사랑을 하는 것'을 거쳐 '사랑에 머무는 것'이란 단계에 이르는 과정들.

  지금 돌이켜보면 나의 첫사랑은 아마 사랑에 머무는 상태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만 헤어진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그 때 사랑에 대해서 서로 몰랐던 것 같고, 그 친구는 특히 사랑이 변하는 것을 참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뜨겁게 시작한 사랑이 '차가운 세상에 있는 천국'으로의 사랑이 머무는 것을 사랑이 변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2장부터 4장까지는 정신 분석 전문의인 글쓴이의 상담 에피소드를 간단히 소개하면서 각 사례별로 글쓴이의 생각을 써내려가는 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아마 누군가 내게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사랑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아마 x를 넣으면 y가 나오는 단순한 수식 속에 파묻혀 살아서 더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을 어떻게 하라는 식의 내용보다는 사랑에 대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우선 내 자신이 사랑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이상하게 심리학 관련된 책을 읽으면 내 자신이 불완전한 인격체라는 것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