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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책

개인적으로 최고였던 '로마인 이야기'


로마인이야기.1:로마는하루아침에이루어지지않았다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세계사 > 건국사/멸망사
지은이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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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시오노 나나미 라는 작가를 접하게 된 계기는 1998년 대학교 새내기 시절의 짝꿍 덕분이었다. 그 친구가 교양 수업을 듣으면서 과제를 받았는데, 과제를 준비하려고 구입한 책이 마침 내 눈에 띄었던 것이다. 어릴 적부터 역사에 관심도
많았고, 학창시절에는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국사, 세계사였을 정도의 마니아 수준이었던 나로서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듯이 이미 제목만 보고 눈이 근질근질하였다.
 
  
  그 책 제목이 시오노 나나미
전쟁 3부작 중 하나인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이었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그 책을 친구한테서 빌려서 단숨에 읽어버렸던 것 같다. 그렇게 시오노 나나미라는 미친 존재감이 느껴지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내게 있어 시오노 나나미 작가는 새로운 충격이었다.
장르를 굳이 구분한다면 역사서와 역사소설의 중간에 위치하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역사적 내용에 작가의 숨결을 불어넣어 객관적인 사실에 주관적인 작가의 생각을 잘 담아서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만약 작가의 가치관을 너무 강하게 담았다면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 항상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한 논리적 접근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오히려 반감이 들기 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질 때가 많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책을 읽다보면, 마치 나 자신이 로마인이 되어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자세한 내용이다. 어찌보면 책의 참고 문헌 목록을 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엄청난 숫자의 관련 서적들을 소화한 작가의 내공 덕분에 우리는 비록 한 권을 읽더라도 여러 권의 관련 역사서를 읽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마 이렇게 심혈을 기울였기에 1년에 한 편씩 책이 출판되었고, 그 다음 편에 목마른 나는 애가 탔다.
원래 보고 싶은 책을 쌓아두고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한 권의 책 분량은 간에 기별도 안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읽은 책을 읽고 또 읽게 되었는데 아마도 돌이켜 보면 한 권 당 10번 이상은 읽었던 것 같다. 이처럼 시리즈로 된 장편의 책이 무서운 점이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또 다음 책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4, 5권의 2권 분량으로 구성된 '율리우스 카이사르' 편을 읽다보면, 시오노 나나미 작가의 편애가 한가득 느껴진다. 최고의 찬사를 보내며 더 이상 형용할 수 없을 표현을 이용하면서 카이사르를 평가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나 또한 싫지 않다. 아니 그렇게 동감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사람을 평가할 때 내가 하는 최고의 표현이 '스마트하다'는 말인데, 그 표현이 가장 적합한 천재적 인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간 관계, 여자 관계 그리고 정치적, 군사적 능력 모두 어디 흠잡을 데가 없는 인물이다.
 
  내가 삼국지를 읽기 시작하여 세계사를 이해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문관, 무관을 나누는 것이었다.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전략 및 전투를 전혀 이해 못하는 왕족이나 문관이 병사들을 이끌고 나가서 싸우다가 군의 체계를 흐트러 뜨리거나 계략에 걸려들어 거의 전멸당하는 것이었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충격을 받는 것 중에 하나가 로마에서는 젊은 인재에게 법무관, 총독, 군단장 등 몇 년씩 문무 (文武) 구별없이 단계를 착착 밟아가면서 능력을 키울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정치적 능력과 군사적 능력을 갖춘 지도자의 등장이 로마가 그토록 오래토록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항상 들었다.

  역시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은 내가 이제까지 읽은 여러 책들 중에서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다.